저항과 온도, 초전도체
안녕하세요, 설군입니다.
# 비저항과 온도의 관계
도체(금속)의 저항은, 온도가 달라지면 변합니다. 온도가 높아질 수록 저항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비저항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rho = \rho_0 [1 + \alpha (T-T_0)] $$
여기서 $\rho$ 는 금속의 비저항을 말하고, $\rho_0$ 는 온도가 $T_0$ (일반적으로 $20^\circ$)일 때의 비저항값입니다. $\alpha$는 비저항의 온도 계수라고 합니다. 비저항 식이 위와 같으므로, 저항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동일한 관계식으로 기술됩니다.
$$ R = R_0 [1 + \alpha (T-T_0)] $$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역으로 어떤 물질이 어떤 온도에 놓여있을 때, 그 물질의 저항을 잘 측정한다면 온도가 몇도인지 측정하는 기술이 발전되었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금속들의 비저항-온도 그래프의 개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저항은 대부분의 온도 범위 내에서는 앞선 식처럼 선형적인 증가 경향을 보여주지만, 절대 영도 근처에 다다르면 선형적이지 않고, 금속마다 다른 고유의 비저항 값에 점근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루는 모델에서 물질이 저항을 가지게 되는 원인들은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자들이 물질 내를 움직이며 다른 장애물들과 얼마나 부딪히느냐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은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원자 핵과 부딪히는 것이 원인인데, 유한한 온도에서는 물질 내의 원자 핵이 열에 의해 (거의 제자리에서이지만) 미약하게 움직입니다. 이 미약한 떨림은 온도가 증가할 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비저항이 온도를 따라 점점 커지는 것이고, 온도가 줄어들면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 영도가 되면, 온도에 의한 원자 핵의 떨림은 전혀 없어지므로 저항이 0이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 뿐 아니라, 가만히 있는 장애물이더라도 전자는 부딪히기 때문에 유한한 비저항 값을 가지게 되는것입니다. 또한 실제 금속 물질은 모두 동일한 원자로만 이루어진 완벽한 결정 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일부 다른 원소의 불순물이 섞여있기 때문에 그런 불순물에 의한 저항을 피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절대 영도에서도 저항이 0이 아닌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도체 물질이 아니라, 반도체 물질 같은 경우에는 비저항-온도 그래프가 위의 개형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반도체는 온도가 증가할 수록 비저항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초전도체
일부 금속이나, 일부 화합물들 중에서는 특정 온도 이하로 온도를 낮추면 저항이 아예 0이 되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를 초전도체 라고 합니다. 그 *특정 온도* 를 그 물질의 임계 온도 (Critical temperature) 라고 하며, $T_{\mathrm{C}}$ 라고 표현합니다. 1900년대 초반에 물질의 온도를 아주 극저온까지 낮추는, 액체 헬륨을 이용한 냉각 장치가 발명되면서,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온도를 아주 낮추어 저항을 측정해보았습니다. 그 중 Kamerlingh Onnes 라는 사람은 1911년에 수은의 저항을 측정하였고, 4.2 K 아래에서 수은의 비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즉 수은의 임계 온도는 4.2 K 라는 것이죠. 이것이 최초로 발견된 초전도 현상입니다.
위의 그래프와 같이 저항이 서서히 감소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감소한다는 것이 초전도 현상의 특징입니다.
초전도체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물리학자들은 설명하고자 했고, 그 중 널리 알려진 이론이 BCS 이론입니다. John Bardeen, Leon Cooper, John Robert Schrieffer 세 사람의 이름을 딴 이론입니다. 참고로 BCS 이론은 모든 초전도체를 설명하지는 못하며, 현재 설명되지 않는 초전도체를 고체물리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임계 온도 아래에서 저항이 0이 된다는 초전도체의 특징은 물리학적으로도, 공학적으로도 정말 놀라운 특징입니다. Onnes 가 수은(임계 온도 4.2 K)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이후, 물리학자들은 더 높은 임계 온도를 가지는 초전도체는 없는지 많이 연구해왔습니다. 초전도 현상은 좋은데, 온도를 낮추기가 비싼것이 단점이었던 것이죠.
오늘날에는 임계 온도가 100 K 가 넘는 초전도체도 발견되었습니다. 실험을 주로 하는 물리학자들 입장에서 중요한 건, 임계 온도가 80 K 를 넘느냐 아니냐 인데, 4.2 K 까지 저온으로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비교적 비싼 냉매인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 하지만, 80 K 까지 냉각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냉매인 액체 질소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80 K 이상의, 액체 질소만을 이용해도 도달할 수 있는 임계 온도를 가진 초전도체를 *고온 초전도체* 라고 합니다. 4.2 K 의 임계 온도를 가졌던 수은에 비해서는 임계 온도가 80 K 이상이면 상당히 고온이기 때문에 고온 초전도체라고 이야기합니다.
J. Georg Bednorz, K. Alex Müller 는 최초로 30 K 의 임계 온도를 가지는 초전도체를 합성하였는데, 이 두 과학자의 초전도체 합성으로 인해 고온 초전도체 연구가 매우 활발해졌습니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연히 금속과 같은 전류가 상온에서도 잘 흐르는 물질을 기준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고온 초전도체 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전략도 금속 물질에 재미난 게 없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위에서 말한 Bednorz 와 Müller 는 세라믹 물질 (도자기와 같은) 에서 상당히 높은 임계 온도를 가지는 초전도 물질을 합성하였습니다. 세라믹 물질은 상온에서는 전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거든요.
일반 물리학에서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가 있다는 언급 정도를 하고 넘어갑니다. 물리학과 전공 과목인 고체물리학에서는 초전도체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포논(Phonon)이라는 개념을 배웁니다.
초전도체에 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저명한 교수님들께서 쓰시는 과학 웹진 사이트인 *호라이즌* 에 연재되어있는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https://horizon.kias.re.kr/2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