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전도의 모형(모델)
안녕하세요, 설군입니다.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생각할 때, 금속에서 전류가 흐르는 상황이 가장 간단한 상황입니다. 물리학에서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자연 현상을 간단한 모형으로 축소시키고, 그 모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모델을 만들어 그것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체가 전기를 전도할 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일단 금속에서의 전기 전도 모델을 가정하여 이야기합니다. 가장 멋진 업적을 남긴 과학자는 Paul Drude 라는 과학자이며, 그가 세운 모델은 *드루드 모델* 이라고 불리고, 물질에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설명하고자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입니다. 드루드 모델은 물리학과의 전공 과목인 *고체물리학* 이라는 과목에서 더 자세하게 다룹니다.
드루드 모델은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1. 금속은 금속을 이루는 원자들이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는 구조이며, 자유전자가 떠돌아 다닌다. 이 자유전자들은 전도전자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우리의 계의 입자는 원자와 전도전자다. 원자를 이루는 양성자에 전자가 속박된 경우, 그 전자는 전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도전자가 전류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2. 전기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 도체 내의 전도전자는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도체 내에서 움직인다. 마치 기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이를 전자 가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건, 자유공간에서 움직이는 건 아니고, 금속 내의 원자(양성자)와 부딪히며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3. 전기장이 가해지면, 전도전자들은 본인의 무작위적인 운동과 더불어, 전기장에 의한 힘도 받기때문에 표류하게 된다. 표류하며 특정 방향으로 (전자의 경우 전기장의 반대 방향) 알짜 움직임이 생긴다. (2)번 상황에서 전자가 움직일 때, 어떤 장애물로부터 다른 장애물까지 부딪히면서 이동할 때의 평균적인 속력은 (드루드 모델로 계산했을 때) $v_{\mathrm{avg}} = 10^6 \ \mathrm{m/s}$ 정도이고, (3)번 상황에서 전자의 표류 속력은 $v_{\mathrm{d}} = 10^{-4} \ \mathrm{m/s}$ 정도이다.
4. (2)번 상황에서, 전자가 장애물에 부딪힌 직후의 운동은, 그 전의 상황과는 관련 없다. 즉 장애물에 부딪히기 전까지 전자가 가지고 있던 운동 에너지는, 원자(장애물)한테 모두 흡수된다.
(4)번에 의해,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이 발생하면 그 금속은 달아오르게 되는것입니다.
# 표류 속도 (Drift velocity)
자유 전자가 질량이 $m_e$ 이고, 전하가 $q(=-e)$ 라고 합시다. 그리고 금속에 가해진 전기장은 $\vec{E}$, 전자가 받는 전기력은 그렇다면 $\vec{F} = q\vec{E}$ 가 됩니다.
따라서 전자가 받는 가속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vec{a} = \frac{q\vec{E}}{m_e}$$
전기장이 일정하게 가해지고 있다면, 전자가 받는 가속도는 일정합니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금속에 전기장을 걸어주면 전자의 가속도는 일정하므로, 시간만 지나면 전자의 속력은 무한대로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했기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장애물에 부딪힌 직후의 전자의 속도를 $\vec{v}_i$, 다음번 장애물에 부딪히기 직전의 전자의 속도를 $\vec{v}_f$ 라고 합시다. 장애물에 부딪힌 순간($t=0$)부터 그 다음 장애물의 부딪히는 상황까지($t=t$)를 생각하기 위해서 이렇게 정한 것입니다.
* 지금은 아직 하나의 전자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 다음에 평균을 구할 예정이예요. 따라서 전자 하나만 생각한다면, 그 전자가 장애물에 부딪힌 직후의 속도는 0이 아닌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등가속도 운동 공식을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이, $\vec{v}_f$에 대해서 쓸 수 있습니다.
$$ \vec{v}_f = \vec{v}_i + \vec{a} t = \vec{v}_i + \frac{q \vec{E}}{m_e} t $$
이제 평균을 생각해봅시다. 하나의 전자가 아니라 모든 전자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장애물에 부딪힌 직후의 속도는 모든 전자들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0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라고 가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전자들 마다 장애물에 부딪힌 직후부터, 다음 장애물까지의 거리가 모두 다를텐데, 장애물 부터 장애물 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을 평균적으로 $\tau$ 라고 생각합시다. 이 평균 시간은 물질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장애물의 크기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장애물이라는 것이 원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므로 그 원자 반지름 같은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는 물질 내의 전자의 개수같은 요인에 의해서도 다릅니다.
그렇다면, 전자의 평균 속도는
$$ \vec{v}_{f, \mathrm{avg}} = 0 + \frac{q \vec{E}}{m_e} \tau $$
가 됩니다. 이것을 표류 속도라고 합니다.
$$ \vec{v}_{\mathrm{d}} = \frac{q \vec{E}}{m_e} \tau $$
금속에 흐르는 평균 전류의 크기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데요,
$$ I_{\mathrm{avg}} = n q v_d A $$
이 글에서 유도한 수식을 대입해주면
$$ I_{\mathrm{avg}} = n q \left( \frac{q E}{m_e} \tau \right) A $$
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의에 의하면, 전류 밀도 $J$ 는 전류를 면적으로 나누어준 것이므로,
$$ J = \frac{nq^2 \tau}{m_e} E $$
가 됩니다.
옴의 법칙에서, $J = \sigma E$ 이므로, 이를 위의 식과 연관지으면
$$ \sigma = \frac{n q^2 \tau}{m_e} $$
라는 관계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드루드 모델은 금속을 가정한 모델인데, 이 전도도($\sigma$)라는 물리량은 금속의 특성을 이야기해주는 중요한 물리량입니다. 또한, 전도도는 비저항의 역수라는 관계가 있으므로, 비저항은
$$ \rho = \frac{1}{\sigma} = \frac{m_e}{nq^2 \tau} $$
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모양을 가진 어떤 물체의 저항 $R$ 은
$$ R = \rho \frac{l}{A} $$
로 나타낼 수 있는데요, 물체의 길이 $l$ 이 길 수록 저항이 크다는 듯이고, 물체의 단면적 $A$ 가 클 수록 저항이 작다는 말이고, 비저항 $\rho$ 가 클 수록 저항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물체의 길이와 단면적을 알고 있고, 비저항 값을 알 수 있다면 저항을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물체의 비저항은 위에서 얻은 드루드 모델의 관계식을 따르면 전자의 개수 밀도 $n$ 과, 평균 충돌 시간 $\tau$ 와 관계가 있습니다.
평균 충돌 시간은, 어떤 장애물로부터 그 다음 장애물까지 전자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을 말합니다. 그 걸린 시간은 다음과 같은 관계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 \tau = \frac{l_{\mathrm{avg}}}{v_{\mathrm{avg}}} $$
여기서 $l_{\mathrm{avg}}$ 는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의 평균적인 거리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의 평균적인 거리라는 말은...? 금속 내의 원자와 원자 사이의 거리를 말합니다!
원자와 원자 사이의 거리가 멀 수록, 전자가 덜 부딪힌다는 말이 되고, 따라서 $\tau$ 값이 커지게 되고, 전도도가 높아진다는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드루드 모델만을 생각했을 때에는 뭔가 상식에 반하는 것이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합당한 모델인 것 같아요.
하지만 드루드 모델은 현실의 금속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금속의 비저항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드루드 모델에서 예측한 것과 경향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온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간단하게만 이야기하자면 전자를 마치 기체처럼 생각하기로 했기 때문에 똑같이 생각하면 됩니다. 기체 분자의 속력을 생각하려면, 운동 에너지를 생각하면 되는데, 운동 에너지는 온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드루드 모델에서 전자의 평균 속력은 전자의 운동 에너지를 생각하면 되고, 그 운동 에너지는 금속의 온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온도 식을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드루드 모델에서 얻은 비저항과 온도의 관계 식은 실제와 맞지 않습니다.
전자의 통계적인 분포가 이상기체와 같이 고전적인 분포를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정하여 Arnold Sommerfeld 라는 과학자는 드루드 모델에서의 전자의 분포를 다르게 생각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좀머펠트 모델을 이끌어 냅니다.